2018년 7월 방송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한 인물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미스터 션샤인은 김은숙 작가가 야심 차게 집필한 작품으로 구한말 대한제국을 구하기 위해 희생된 의병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로는 유진초이(이병헌), 고애신(김태리), 김희성(변요한), 코도 히나(김민정) 등이 있는데요. 그중 유연석이 연기했던 구동매라는 인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구동매 인물 소개
백정의 아들, 무신회 한성지부장.
태어나보니 백정의 아들이었다. 백정은 사람이 아니었다. 백정의 딸과 아내는 보란 듯이 욕보였고 백정의 사내들은 칼을 들었으나 아무도 벨 수 없으니 날마다 치욕이었다. 마주치면 기겁했고 비껴가면 침을 뱉었다. 막무가내의 매질이 외려 덜 아팠다. 소나 돼지만도 못한 존재, 그게 동매였다..
소, 돼지로는 살 수 없어 각설이패를 쫓아 부락을 나왔다. 춘공기는 길었고 형들의 매질은 모질었다. 양반의 횡포보다 천민이 천민에게 부리는 행패가 더 잔인했다. 조선 바닥 어디에도 백정의 아들 동매에게 더 나은 세상은 없었다.
일본으로 건너간 동매는 그곳에서 저처럼 칼을 다루는 낭인들을 따라 떠돌았다. 10살부터 칼을 잡았던 동매였다. 동매의 칼은 급소만 노렸고, 깔끔하고 신속했다. 수장은 자신의 눈에 든 동매에게 '이시다 쇼'라는 이름을 내렸고, 그 이름은 동매의 세상을 바꿔놓았다.
동매는 짐승을 잡는 짐승 같은 놈으로 제 앞을 막는 모든 것들을 찢어발기고 집어삼켰다. 조선이고 일본이고 어차피 사람이 아니긴 마찬가지였으나, 적어도 이곳에서는 소, 돼지가 아닌 맹수였다. 모두가 동매를 두려워했다. 몇 해가 지나자 더 이상 일본 땅에서 동매를 대적할 자가 없었다. 저를 따르는 무리가 생겼고, 동매는 그들을 이끌고 일본을 떠났다.
조선으로 돌아온 이유는 딱 하나였다. 유일하게 자신을 응시해주던 한 여인의 눈동자. 그녀의 눈빛엔 경멸도 멸시도, 하물며 두려움조차 없었다. 바로, 조선 최고 사대부댁 애기씨, 애신이었다. 사람구실을 하면 할수록 고애신, 그 이름 하나만 간절해졌다. 그러면 안 되는데, 세상 모두가 적이어도 상관없겠다 싶어진다.
그런 애신 앞에 자꾸 알짱거리는 미국 놈이란 사내가 심히 거슬린다. 꼭 새치기 당한 기분이었다. 가진 적도 없는데, 오직 애신을 사랑해서, 사랑에 미친, 사랑해서 미친, 동매는 그런 사내다.
2. 구동매의 모티브[실존 인물]
구동매가 소속된 집단인 무신회는 가상의 단체입니다. 초기 설정으로는 실존단체인 흑룡회로 설정되었으나 친일미화논란이 있어 급하게 변경되었습니다. 흑룡회는 중국, 만주, 러시아에 걸쳐 흐르는 흑룡강에서 이름을 딴 단체로 아시아주의를 기반으로 한 대동합방론을 제창하며 일진회를 배후에서 조정하여 한일합방에 앞장선 단체인데요. 우치다 료헤이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동매의 모티브로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무신회가 대한제국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첩보 조직이었던 흑룡회보다는 실제 무력활동을 했던 겐요샤에 가깝다고 하네요. 겐요사의 일부 조직원들은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을미사변을 계획하여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외로 구동매의 실존 인물로 추측되는 우치다 료헤이는 중국의 신해혁명을 지원하였고, 일본 정부가 중립을 지키도록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대한제국에서 친일 조선인들을 선동하여 해악을 끼친 것은 분명합니다.
3. 구동매 인물 특징
앞서 구동매의 인물 소개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조선에서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매우 불우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작중에서 천민의 아들로 인간이 아닌 짐승의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조선을 매우 증오하였는데요. 조선에 돌아오자 마자 자신의 가족을 천대했던 곳으로 가 주민들을 학살하고 한 아주머니의 양쪽 다리 힘줄을 잘라버리는 등 잔혹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진고개에서 늘상 칼부림을 하는 등 조선인들이 매우 그를 두려워하죠.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던 고애신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게 되었습니다. 애신과의 첫 만남에서 그녀에게 가장 날카로운 말로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습니다. "호강에 겨운 양반 계집"... 애신의 곁에서 맴도는 유진 초이와 김희성을 매우 적대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애신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동지가 됩니다. 유진 초이가 노비 출신이라는 점을 알게 된 후 부드럽게 그를 대하기도 했죠.
고애신을 향한 마음은 운예지망(구름과 무지개를 바라는 마음, 즉 간절한 마음)으로 표현됩니다. 그녀를 좋아할 수 없기에 미움이라도 받아 그녀의 관심을 끌려고 했죠. 번거롭게 빛을 만들어 갚으라는 핑계로 그녀를 계속 볼 수 있기를 바랐죠. 이완인의 표적에 든 애신을 돕기 위해 그녀의 머리칼을 잘라내어 큰 미움을 받았으나 그의 진심을 알게 된 후 애신을 진심으로 고마워합니다.
또 다른 인물인 쿠도 히나 즉 이양화와는 우정과 동지애를 품고 있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순간을 지킨 것도 바로 구동매인데요. 구동매에게 애신은 선망의 대상이자 일편단심 그녀만을 기다리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이양화와는 애틋한 마음을 가진 동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네요. 애신의 정혼자인 김희성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만 끝내 동무로 인정하고 술잔을 부딪히기도 합니다.
4. 결말
구동매는 애신이 일본에서 고립되어 위험한 상황을 인지한 후 홀로 일본으로 향하는데요. 낭인들에게 포위된 애신을 구한 후 조선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떠나는데요. 무신회는 구동매가 조선에 온 사실을 알고 그를 쫓아오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그들과 싸움입니다. 자신을 아들로 불렀던 무신회 수장이 직접 구동매에게 칼을 휘둘러 목숨을 거두려고 하는데요.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줄 알았으나 만주 아편굴에서 3년의 시간을 보내다가 한양으로 돌아옵니다.
죽었다고 소문났던 구동매가 한양으로 돌아오자 진고개 상인들은 크게 놀랍니다. 그동안 구동매는 진고개에서 악명을 떨쳤으나 나름 규칙을 가지고 질서를 유지했는데, 진고개를 차지한 본토의 무신회는 그야말로 무법천지로 만들었습니다. 오죽하면 빵집 사장이 구동매가 있던 시절이 더 나았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구동매는 진고개를 장악하고 있는 무신회 낭인들을 모조리 죽여버리는데요.
진고개의 무신회 낭인들이 죽었다는 소식에 본토에서 무신회가 조선으로 향합니다. 열흘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보다 하루 더 늦게 그들이 도착해 마지막으로 애신을 볼 수 있게 되는데요. 이때 양화의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을 평소 사탕을 사 먹던 주인에게 던져줍니다. 아마 그들이 의병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이후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데, 무신회와 싸울 후 큰 상처를 입었는데, 회복이 어려워 아편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애신과의 만남에서 이제 더는 애신의 가마에 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작별을 고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제물포 항구 근처에서 무신회와 마지막 결전을 하다가 목숨을 잃게 되는데요. 구동매가 무신회의 일원이 되어 조선에서 원수들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과 죽은 후 끌려가는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그리고 그의 유품인 일본도가 해드리오에 전시가 되면서 끝을 맺습니다.
5. 명대사
1) "호강에 겨운 양반 계집..."
2) "의병, 그게 돈이 많이 됩니까? 돈 되는 거면 나도 좀 하게"
3) "검은 새 한 마리를 쏘았지. 다신 날지 말라고"
4) "내가 조선에 와서 제일 처음 한 일이 뭔 줄 아느냐? 내가 도망친 백정의 자식임을 알리는 거였다. 내 아비와는 달리 나는 누구든 벨 수 있었으니까"
5) "그리 말씀하시니 퍽 아픕니다. 하나 걱정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잘 아물어 보겠습니다."
6. 유연석의 재발견
유연석의 이미지는 훈남의 이미지가 매우 강합니다. 초기 출연작에서는 착하고 순수한 역할과 악역의 역할을 번갈아가면서 연기를 했는데, 의외로 악역을 맡았던 작품들이 흥행을 해 악역 전문 배우라는 인식이 생겼는데요. 응답하라 1994에서 칠봉이 역을 맡아 풋풋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합니다. 이후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첫 번째 금쪽이로 열연을 하였는데요. 미스터 션샤인에서 구동매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최근 출연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천사 같은 성품의 소유자 안정원을 생각한다면 구동매의 연기는 파격적으로 보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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