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의 주요 등장인물인 고애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고애신은 당시 라이징 스타로 떠오르던 김태리의 드라마 첫 주연작으로 상당한 기대를 모았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데뷔해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상당히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죠.
1) 고애신 인물소개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추문이 대문을 넘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15살만 넘어도 노처녀 소리 듣는 조선 땅에서 혼기를 놓쳐도 한참 놓친 애신의 나이 29살이었다. 이게 다 희성 때문이다.
희성은 애신이 15살 되던 해에 조부들끼리 정혼한 애신의 정혼자이다. 얼굴도 못 본 정혼자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는 소식을 조부를 통해 들었다. 큰어머니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샘을 내는 혼처인 걸 보면, 어떤 사내일까 궁금은 하나 10년이 넘도록 코빼기도 안 봬주는 걸 보면 내가 저를 잊고 살 듯 저도 나를 잊게 사는 게 분명했다. 지금 같아서는 영 돌아오지 말았으면 싶다. 조부와 큰어머니 몰래, 물론 행랑아범과 함안댁을 대동해야 하는 볼썽사나운 등교지만, '개 상놈'의 여식들이나 다닌다는 신식학당에 이제 막 입학해 'I am a girl' 'Boy be ambitious!'를 배우는 참이기 때문이다.
학당의 누군가는 작금을 낭만의 시대라고 했다. 애신도 동의했다. 다만 애신의 낭만은 가배(커피)도, 양장도, 박래품(수입품)도 아닌, 독일제 총구 안에 있었다. 그녀를 꽃처럼 어여뻐하는 사내들은 시시했고 어차피 피었다 질 꽃이면 제일 뜨거운 불꽃이고 싶었다.
애신의 방에는 서책 갈피에 몰래 숨겨놓은 '한성순보'와 '독닙신문'이 발각된 날, 조부의 눈빛은 노여움이 아니라 슬픔이었다. 멧짐승 고기가 먹고 싶으니 포수를 찾아가란 조부의 심부름은 그날부터였다. 조부의 당부는 딱 하나였다. 살아남거라. 애신의 나이 20살이었고, 그날부터 장포수는 애신의 스승이었다. 장포수는 화약 다루는 법, 총기류 다루는 법, 사격술 등을 가르쳤고 9년이 흐른 지금, 애신의 타깃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그런 애신이 시시하지 않은 남자를 만난 건 한성에 첫 가로등이 켜지던 순간이었다. 이기적인 배려, 차가워서 다정한, 자신의 조국은 미국이라는, 자기 생에서도 이방인인 사내, 유진이었다. 그런 사내의 심장이 자신의 타깃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비는 애신이었다.
2) 고애신 인물 특징
고애신은 미스터션샤인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대의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바로 나날이 위태로워져가고 있는 조국인 조선을 구하기 위해 한 몸을 희생하고 있죠. 유진과의 대화에서 유진은 왜 그 일을 하냐고 묻자 왜 나면 안 되냐고 답하는데요. 이 대화에서 그녀의 목적과 사상을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조선 최고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마음껏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살 수도 있지만 부모의 영향인지 직접 총을 들고 나라를 구하는 일에 뛰어듭니다.
당시 조선 사회는 여성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렇기에 사회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는데요. 고애신은 그런 사회적 질서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뜻을 거스리는 일이 되더라도 말이죠. 사랑하는 사람이 미국으로 함께 떠나자는 말을 들어도 대의를 위해 거절하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선택의 이유는 모두 조선이라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어려운 조선인들을 두고 자신만 잘 살 수 없기에..
고애신은 고상완과 희진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부모는 애신이 갓난아이였던 시기 일본에서 의병 활동을 하다가 동료의 밀고로 이완익에게 살해당합니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어 조선으로 돌아와 할아버지 고사홍의 손에 키워지는데요. 고사홍은 애신이 스스로를 지킬수있도록 장포수에서 맡겨 총포술을 익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조선에서 손꼽히는 저격수가 되죠.
어릴적부터 장포수를 따라다니며 험한 길을 오른 탓에 상당한 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사대부 애기씨로 고사홍의 가르침에 따라 학문을 익혀 상당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단아한 얼굴과 자태를 가진 미인으로 표현되는데, 정혼자인 김희성이 일본에서 돌아와 애신을 본 후 후회를 할 정도였습니다. 다만, 쿠도 히나의 미모와 비교했을 때 함안댁이 쿠도 히나의 미모를 칭찬하자 삐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합니다.
애신이 성장한 후 의병활동을 하던 중 조선인의 외향을 한 이방인과의 만남과 함께 그녀의 삶의 의미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유진은 애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대가 구하려고 하는 조선은 노비, 백정들도 살아갈 수 있냐고.." 유진의 신분을 알게 된 후 큰 충격을 받지만 이내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던 잘못된 생각들은 바로 잡을 만큼 용기를 보여줍니다.
3) 결말
애신은 자신의 부모를 죽인 이완익을 처단하고 일본인들에게 납치된 이정문을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하는데요. 조선의 여인이 일본으로 건너가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유진 초이의 아내로 위조 여권을 받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속이게 됩니다. 물론 유진은 그런 애신의 마음을 알았기에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면서 청혼을 하죠. 일본에 도착한 유진은 자신과 미국으로 가자고 말하지만 끝내 헤어지고.. 이정문을 상해로 무사히 탈출시킵니다.
하지만 일본 낭인들에게 쫓기다 위험에 처하자 이를 인지한 유진의 도움으로 탈출하게 되고, 은신처에서 또한 번 위기에 처하지만 구동매의 도움으로 결국 무사히 조선으로 돌아옵니다. 그녀의 탈출에 쿠도히나, 김희성, 구동매 등 많은 사람들이 힘쓴 사실을 알고 고마워 하죠.
1907년 조선은 점차 일본에 의해 더욱더 어려운 상황에 처합니다. 조선의 시위대는 해산되고 스승인 장포수는 이 과정에서 사망하게 되는데요. 쿠도 히나는 자신의 호텔을 무단으로 점령한 일본 군대를 상대로 글로리 호텔을 날려버리려고 하고, 이를 도우려던 애신은 큰 상처를 입습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유진이 그녀를 도와주죠.
조선에서 의병 활동이 어려워져 결국 일행들과 함께 만주로 갈 계획을 세우는데요. 이 과정에서 함안댁과 행랑아범이 애신을 위해 사망하게 되고... 또한, 의병들 가운데 일부는 애신을 포함한 일행이 만주로 갈 수 있도록 시간을 끌다고 모두 전사합니다. 그리고 만주로 가는 기차에서 일본군에 의해 정체가 드러나자 유진이 그녀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탈출시키고... 가슴 아픈 이별을 맞이합니다. 결국 애신은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신념에 따라 조선을 구하기 위해 독립군 교관이 되면서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고애신이라는 드라마속 인물은 가상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모티브가 된 인물이 있다고 하는데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구한말 독립운동가로 최초의 여성 의병장인 윤희순 열사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녀는 붓과 총포로 항일 운동을 해왔다고 하는데요. 최초 한글 의병가를 짓고, 군자금을 모아 화약 제조소를 운영하는 등 후방에서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다고 합니다. 직접 전투에는 참여하지 못하였으나 만주에서 독립 운동을 하다가 아들의 사망소식을 듣고 식음을 전폐하다가 7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재 생활들이 잊혀져간 독립 운동가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 만큼 꼭 기억해야 할 이름인 듯합니다.
4) 명대사
(1) 어제는 멀고 오늘은 낯설며 내일은 두려운, 격변의 시간이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격변하는 조선을 지나는 중이었다.
(2) 신문에서 작금을 남만의 시대라고 하더이다. 그럴지도. 개화한 이들이 즐긴다는 가배, 불란서 양장, 각국의 박례품들.. 나 역시 다르지 않소. 단지 나의 낭만은 독일제 총구 안에 있을 뿐이오. 혹시 아오? 내가 그날 밤 귀하에게 들킨 게 내 낭만이었을지...
(3) 꼴은 이래도 500년을 이어져 온 나라요. 그 500년 동안 호란 왜란 많이도 겪었소.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지켜내지 않았겠소. 그런 조선이 평화롭게 찢어발겨지고 있오. 처음엔 청이, 다음엔 아라사가 지금은 일본이, 이제는 미국 군들까지 들어왔소. 나라꼴이 이런데 누군가는 싸워야 되지 않겠소
(4) 러브가 생각보다 쉽소. 시작이 반이라 그런가?
(5) 새드 엔딩이라는 영어 낱말이 있사온데 '슬픈 끝맺음'이라고 알려준 이가 저를 마마께 추천해준 빈관 사장이었습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학당을 다녀야겠다' 결심하였습니다. 새드 엔딩의 반대말을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6) 수도 없이 꾸었던 꿈이오. 이젠 속지 않소. 귀하는... 조선에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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