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이방원의 최측근으로 이방원을 최후의 승자로 만드는데 기여했던 이숙번이 등장했습니다. 앞서 이숙번의 역은 배우 정태우가 맡는 것으로 결정이 나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정태우의 개성을 살린 이숙번이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도 참 기대가 됩니다.
이숙번이라는 어떤 인물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말선초를 배경으로 한 사극의 표본이라고 불리고 있는 '용의 눈물'에서 선동혁이 이숙번의 역을 맡아 연기한 적이 있는데요. 무인정사(1차 왕자의 난), 2차 왕자의 난, 조사의의 난 등을 진압하기 위해 군사를 이끄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여 무인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문과에 급제한 인물이라고 하네요.
드라마 상에서 이숙번의 등장부터가 강렬했습니다. 고려에 충성을 한다는 명분으로 선비들이 과거 시험을 포기하고 도성을 떠나고 있는데요. 이들은 이숙번이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도성에 들어간다고 하니 시비를 걸고, 이숙번은 이들을 모두 쓰러뜨립니다. 그런 모습을 본 민제와 하륜은 그가 큰 인물이 될 것으로 생각하여 친교를 맺습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태종 이방원에게 이숙번을 천거한 인물이 하륜이며, 민무구와 민무질 형제의 주선으로 이방원과 이숙번의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숙번은 현 조정에서 이방원이 차기 대권 후보로서 자신의 생을 걸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는지 이방원을 돕겠다고 맹세했습니다.
1398년 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날 당시 이숙번은 지안산군사로 재직 중이었는데요. 거사가 일어나자 자신의 사병을 이끌고 경복궁으로 출동하였고, 정도전 일파를 제거하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이로 인해 정사공신 2등에 봉해지고 우부승지에 제수되었습니다. 이방원의 충성스러운 무장으로서 2차 왕자의 난과 조사의의 난에도 참전하여 큰 공을 세웠는데요. 이방원이 조선의 3대 국왕에 즉위하자 이숙번의 권력을 크게 비대해지게 됩니다.
이방원이 국왕에 오르게 되면서 왕권 강화를 위해 사병을 혁파하고, 외척과 권신을 숙청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하는데요. 이숙번은 권세가 높아지면서 점차 오만방자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방원은 사병 혁파와 군권에서 큰 힘을 가지고 있는 민 씨 형제를 제거하기 위해 이숙번의 행동을 눈감아 줍니다.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인지 이숙번의 방자한 행동이 더해져 이방원의 형이자 상왕이었던 정종 이방과에게도 무례한 행동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방원은 이숙번의 행패를 눈감아 주었다고 하네요. 실제로 이방원은 신의왕후 한씨 소생의 형제들에게 각별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숙번의 행동을 괘씸하게 여겼을 것입니다. 숙청할 인물들을 대부분 제거한 이방원은 이숙번 역시 제거하게 되는데요. 다만 목숨은 부지하도록 하고 유배를 보낸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들 세종에게는 이숙번을 복귀시키지 말라고 전했답니다.
태종 이방원의 비호아래 권세를 누리던 이숙번은 결국 말년에 유배지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세종이 용비어천가를 만들 때 잠깐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한양으로 불러들였으나 결국 실권을 전혀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권세가 높아질수록 하륜과 같이 처세술이 필요했는데 이숙번은 그러지 못한 것이죠. 이방원에게 이숙번은 사적으로는 좋은 동생이지만 조직을 이끄는 입장에서는 조직의 기강을 헤치는 인물이라 그를 숙청하는데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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