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청나라 개국 시기 용맹한 군인이자 정치인으로 문무를 겸비한 인물인 용골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국내에는 병자호란 당시 조선을 침공해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에게 항복을 받아낸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만주족의 타타라 씨족의 일원으로 팔기(청나라 군사 편제) 중 정백기 출신입니다. 청나라(후금)의 창업 군주인 누루하치와 그의 후계자 홍타이지의 신임을 얻어 말년까지 평온한 삶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정치력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되죠. 다만, 조선을 침공한 인물이기 때문에 조선에서는 매우 박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 생애
1) 용맹함을 떨치다!
용골대의 타타라 집안은 대대로 자쿠무(현재 랴오닝성 푸순시)에 거주하였는데, 그의 조부가 누르하치에게 귀순하면서 팔기 중 정백기에 예속됩니다. 용골대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용맹을 발휘하면서 장수로 발탁, 누르하치가 정벌을 나설 때 계속 참전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공을 세우죠.
누르하치는 건주여진과 해서 여진을 복속시켜 후금을 건국하였고, 본격적인 명나라를 정벌할 계획을 세웁니다. 1616년 누르하치를 따라 현재 랴오닝성 톄링시를 공격해 명나라와 몽골 장수들을 죽여 공을 세웁니다. 그리고 1621년 랴오양 묵던(현재 랴오닝성 선양시) 전투 때 결정적인 전공을 세워 유격으로 승진한 후 참장까지 오릅니다. 하지만 그해 말 사고에 연루되어 비어로 강등되지만 다시 한번 공을 세워 초고속 승진을 이어나가죠.
누르하치 사망 후 홍타이지를 따라 수많은 전공을 세우는데요. 1629년 홍타이지가 명나라의 수도 베이징을 공격할 때 참전하였고, 1634년 몽골 부족을 흡수시키기 위한 정벌에도 참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차하르부의 무리들을 복속시키는 등 전공을 세웁니다.
2) 조선 침공
■ 조선 침공의 배경
청나라가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고 명나라가 점차 쇠퇴하면서 국제 정세가 급격하게 변화됩니다. 이때 조선은 명나라와의 의리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배금정책을 펼치는데요. 당시 청나라가 강국으로 부상하였으나 기본적으로 인구가 적고, 경제시장이 부족했기 때문에 물자보급 및 새로운 군대를 편재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에 기병을 주력으로 하는 몽골과 연합하거나 정벌하여 복속시켰죠. 청나라는 명나라 정벌이라는 과업을 두고 후방에 있는 조선은 명나라와 친선 정책을 펼치고 있었기에 큰 부담이 되었죠. 이에 청나라는 조선과 친교를 맺으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 정묘호란
조선은 청나라와의 친교를 거부합니다. 이에 청나라는 1627년 2월 아민에게 3만의 대군을 주어 조선을 침공하게 하는데요. 청나라의 전격전에 조선의 인조는 강화도로 피난을 가게 되었고, 양국은 화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이때 용골대가 조선과 형제의 맹약을 맺기 위해 파견되죠. 용골대가 파견된 이유는 그가 장수로서의 재능과 함께 뛰어난 외교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해 12월 홍타이지는 명나라의 경제 봉쇄를 해결하기 위해 용골대를 조선으로 파견해 무역 문제를 협의하게 하는데요. 청나라에 필요한 물자를 조선에게 공급받아 또 한 번 공을 세웁니다.
■ 병자호란
1631년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서 점차 긴장감이 돌기 시작합니다. 홍타이지는 조선에서 바치는 공물이 부족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용골대는 조선의 사신인 박난영과 접견하였는데, 치열한 설전이 오갔으나 비교적 원만한 해결을 이끌어 냅니다. 또한, 1632년에서 1633년까지 무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조선으로 파견되었으며, 이때 홍타이지에게 전권을 받아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내는데요. 용골대의 뛰어난 협상 능력으로 조선에서 큰 환대를 받았습니다. 또한, 청나라는 조선과의 무역을 통해 강력한 기병을 무장시켰습니다.
1636년 2월 홍타이지는 황제로 등극해 대청이라는 국호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조선에는 형제가 아닌 신하의 예를 갖추라고 명하죠.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은 내부적으로 주전파가 득세하여 청나라를 적대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용골대와 마푸타 등은 사신으로 조선에 파견됩니다. 용골대는 조선의 변화를 감지한 후 사신들을 이끌고 탈출을 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조선의 상황을 홍타이지에게 보고하자, 홍타이지는 그해 12월 조선을 침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국제 정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 병자호란이 발발 삼전도의 굴욕을 겪게 됩니다.
용골대는 이때 조선과의 협상에 나서는데요. 일반적으로 이정도 상황에 이르게 되면 강압적인 위력을 선보일 수도 있지만 용골대는 원만한 중재를 통해 협상을 타결시킵니다. 이때 조선은 청나라와 군신 관계를 맺게 되죠. 인조는 용골대에게 감사의 뜻으로 백은 2,000냥을 선물로 주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용골대는 모두 상부에 바쳤다고 합니다.
3) 명나라 정벌
용골대는 명나라 정벌에도 참전하였는데요. 1641년 8월 홍승주가 이끄는 10만 명 이상의 정예병과의 전쟁이 발발하였습니다. 이때 홍타이지가 친히 전선에 나와 지휘를 할 정도로 중요한 전투였으며, 도르곤을 도와 선봉에 나선 용골대는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홍승주가 패배함에 따라 명나라는 대군을 모집할 능력을 잃어버리고, 그로부터 약 2년 후 이자성의 반란군에 의해 멸망하게 됩니다.
4) 죽음
용골대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토지를 다시 정비하고, 만주족 귀족이 백성들을 수탈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등 올바른 정치적 행보를 거치다가 1648년 병으로 사망합니다. 일반적으로 용골대 정도의 군공을 세우게 되면 교만해질 법 하지만 죽을 때까지 흐트러진 모습 없이 홍타이지의 신임을 받았다고 합니다. 특히, 그의 공을 기려 죄를 지었을 때 사면을 받을 수 있는 특권을 받았으나 특권을 사용할 일이 없었다고 전해지네요.
3. 평가
용골대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누르하치와 홍타이지의 신임을 얻었습니다. 특히, 조선과의 협상 스페셜 리스트로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 물자를 보급하는데 큰 공을 세우죠. 대중 매체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달리 용골대는 조선에 상당한 예의를 갖추었다고 합니다. 만주족이나 몽골족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온 민족으로 때로는 잔혹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요. 당시 조선이 친명배금 정책으로 청나라에 적대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음에도 용골대는 나름 조선을 예우해 준 것이죠. 청나라가 명나라를 학살했던 모습에 대비하였을 때 용골대가 협상 전문가로 조선에 파견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을 것입니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 관료들이 소현세자나 강빈을 무시하였을 때 용골대는 예의를 잃지 않았고, 김상헌과 최명길을 심문할 때도 이치에 맞는 말을 하면 수긍하고 넘어갔다고 하죠. 주전파 인사가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간 순간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으나 용골대가 눈감아 준 것 같습니다. 용골대가 조선에 관대한 모습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홍타이지와 청나라는 혹독한 수탈을 함에 따라 그들을 비판하기 힘들어서 대신 용골대를 나쁜 이미지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대표적으로 박씨전이나 각종 설화에서 용골대는 악인으로 묘사가 되고 있죠.
